발표작

징검다리(부산시단)

湖月, 2015. 3. 27. 14:51

 

 

 

징검다리 / 안행덕

 

 

멈출 수 없는 세월에 뒤질세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도

가끔은 머뭇거린다.

물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순해지는데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돌의

부르튼 발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른 발이 젖지 않고

징검징검 밟고 가라고

제 몸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침묵하며

흐르는 시냇물에 맨발을 숨긴 돌

 

물 위의 표정은 태연한척하지만

물살에 헌 발은 상처투성이다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

나란히 서 있는 친구 손을 붙들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르르 떤다

 

 

 

콩나물 / 안행덕

정갈한 제사음식으로

콩나물 다듬는데

떼어낸 발들이 그 껍질과 어울려​

자꾸만 물음표를 던지며

4분음표를 그리고 쉼표를 찍는다

물만 먹고 자랐으니 심성이 착하디착하다

떼어낸 잔발들 서럽다 말하지 않고

깨끗한 음률을 만드는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장중한 선율로 애도 곡을 쓴다

 

뿌리 끝에 흐르던

물방울 소리 기억해 내며

미완의 교향곡을 다듬는다


 

계간  부산시단  201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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