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 안행덕
시체를 손수레에 끌고 언덕을 오르는
힘겨운 저 늙은 사자를 아는가
사자의 손에 끌려온 바퀴는 지친 듯 멈추고
오늘의 시세를 결정하는 심판관 앞에서
세월의 무게와 바램의 무게가 흔들릴 때
이미 지친 늙은 사자는 명부를 찾는다
저울 눈금의 눈짓 하나로 천당과 지옥이 결정되는데
여기까지 끌려온 모든 시체는
저울에 올라갈 때 이미 환생의 길이 열린다
바닥 / 안행덕
바닥은 시작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날개를 갖고 싶어 하며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추락하는 연습을 한다
파산하는 것 막판이 되는 것
탈탈 털리고 빈손일 때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바닥이라 한다
천둥벌거숭이
숭숭 뚫린 가슴
간신히 알아낸 바닥의 실체는 살아남는 법을 궁리한다
바닥을 기어보면 안다
더는 추락 할 곳도 없다는 것을
절망이라 생각할 때
바닥을 칠 때
아~ 탄식을 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안다
바닥은 시작이다
계간 「동서문학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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