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환생 / 동서문학

湖月, 2019. 3. 15. 22:15





환생 / 안행덕

 

 

시체를 손수레에 끌고 언덕을 오르는

힘겨운 저 늙은 사자를 아는가

 

사자의 손에 끌려온 바퀴는 지친 듯 멈추고

오늘의 시세를 결정하는 심판관 앞에서

세월의 무게와 바램의 무게가 흔들릴 때

이미 지친 늙은 사자는 명부를 찾는다

 

저울 눈금의 눈짓 하나로 천당과 지옥이 결정되는데

여기까지 끌려온 모든 시체는

저울에 올라갈 때 이미 환생의 길이 열린다

 

  


바닥 / 안행덕

   


 

바닥은 시작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날개를 갖고 싶어 하며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추락하는 연습을 한다

 

파산하는 것 막판이 되는 것

탈탈 털리고 빈손일 때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바닥이라 한다

천둥벌거숭이

숭숭 뚫린 가슴

간신히 알아낸 바닥의 실체는 살아남는 법을 궁리한다

 

바닥을 기어보면 안다

더는 추락 할 곳도 없다는 것을

절망이라 생각할 때

바닥을 칠 때

아~ 탄식을 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안다

바닥은 시작이다

 

 

    

  계간 「동서문학 」2019년 봄호 발표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시단 봄호 / 대변항  (0) 2019.05.30
현대문예/ 인생 고개  (0) 2019.05.30
포체리카 / 시인시대  (0) 2019.03.12
금정 문예  (0) 2018.12.23
출판 기념회  (0) 201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