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박두진 / 해

湖月, 2018. 10. 16. 14:53



                                         안성 시립 보개 도서관

                                   청록파 박두진 자화상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박두진, <>   
     
    
작품 해설
 
해제 : 이 시는 광복 직후인 1946년에 발표되었는데, 밝고 평화로운 세계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소망을 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작가는 밝음과 어둠의 대립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동일한 시어와 시구를 반복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동시에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생동감을 주고, 명령형 어미를 사용하여 강렬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주제 : 밝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
구성
1: 해가 솟아나기를 소망함.
2: 해가 부재하는 달밤을 거부함.
3: 해와 함께하는 세계에 대한 소망
4~5: 화합과 공존이 이루어지는 밝고 따뜻한 세계
6: 화합과 공존의 세계가 도래하기를 소망함.
 
시상 전개
 
- 동일한 4음보의 급박한 산문적 율격를 사용하여 경쾌한 분위기 형성함.
- 어휘(시어)와 구절(시구)을 반복하여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부각함.

1916∼1998. 시인.

생애 및 활동사항

경기도 안성() 출신. 아호()는 혜산().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1960년 4·19 당시 학원분규로 물러나게 된다. 그 뒤 우석대학(후에 고려대학교와 합병)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1972년 다시 연세대학교 교수로 돌아와 근무하다가 1981년 정년 퇴임했다.

이후 말년까지 단국대학 초빙교수(1981∼1985)와 추계예술대학 전임대우교수(1986∼96)를 역임하기도 했다. 「향현()」·「묘지송()」·「낙엽송()」·「의()」·「들국화」 등 5편의 시작으로 『문장()』을 통해 정지용()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했다.

조지훈()·박목월() 등과 함께 ‘청록파(鹿)’의 한 사람이다. 8·15광복 후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좌익계의 조선문학가동맹에 맞서 김동리()·조연현()·서정주() 등과 함께 우익진영에 서서 1946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의 결성에 참여했고, 이어 1949년 한국문학회협회에도 가담하여 시분과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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