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花雨)
안행덕
화려하게 몸단장하고 봄맞이하더니
어느새 봄날이 간다고 안달 났네
천지간에 제일이라 으스대며 뽐내더니
세상살이 어느새 시들한게지
천기누설이라는 비밀 다 폭로해놓고
가슴에 든 꽃물, 묵은 상처 도려내듯
야멸차게 뛰어 내리네 미련 없이 떨어지네
서러운 눈물 감추려고
빙그르르 공중제비로 흩날리네
꽃잎의 노래 이별의 노래 꽃비 되어 내리네
고 은밀한 속살보다 맨발이 더 어여쁜 꽃잎
봄날이 간다고
서러운 눈물처럼 꽃비 되어 내리네
시집 『삐비꽃 연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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