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霧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가는 길 달맞이 길은
잘 정돈된 가로수와 가로등 그리고 유럽풍의
가게들로 언제나 기분 전환이 되는 이국적인 멋이 있다
예로부터 월출이 아름답고 경치가 빼어나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는
대한 팔경 중의 하나라고 한다. 더욱이 송정으로 넘어가는 길은 굽이굽이
열다섯 고개라 하여 15曲道라고도한다는 데,
언제나 바닷가 냄새가 향기로운 이전망대에는
시선이 확 트인 청사포 앞바다가 갑갑한 도시인들에게
호연지기와 서정의 맛을 보게 해주는 드라이브코스이기도 한 곳이다.
오늘은 짙은 안개로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다.
장마철의 습도가 바닷바람으로 해무가 되어 이 언덕을 점령하고
지나가는 차량까지 꽁꽁 묶어버릴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두 손 들고 차에서 내려 음산한 언덕으로 끌려가
달맞이 詩비앞에 다소곳이 멈추었다
궂은 날씨에 얼차려 받고 젖은 눈으로 이광수의 해운대에서 라는 詩에
젖어 해무에 젖는 줄도 모르다가 새천년 시계탑에게 오늘을 기억해 두라 이르고
음산하기까지 한 海月停 계단을 올라 정자에 이르니,
청 푸른 솔 저쪽에는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없다
청사포 앞바다의 해무는 비릿한 바다를 싣고 청솔을 밟고 달려와
나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끌어안는다.
숲도 바다도 정자도 꿈처럼 스며드는 해무에 모두 점령당한 하루였다
20070626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