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꽃잎은 왜 피고 지는지

湖月, 2012. 3. 4. 17:20

 

꽃잎은 왜 피고 지는지 / 안행덕

(성철스님 다비식 茶毘式 )




형형색색, 만장도 꽃상여도 없는 행렬이었다


숨죽인 숲에는 삼씨기름의 향기가 은은하다

통나무와 통나무 정갈하게 무릎 꿇어

떨어진 꽃잎의 짧은 생을 먹으려 한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불멸을 비는

목탁소리,

숨어 울던 바람 따라 떠나고

탐욕도 성냄도 사랑도 미움도

부질없다

내려놓고 청빈하게 비운 몸

엎드려 기다리는 인화 대


스님 불 들어갑니다

깜짝 놀란 참나무 장작더미

확 붉어진 낯빛

탁탁 튀는 불꽃은 호곡으로 변하고

견딜 수 없다는 듯 쓰러지는 슬픔

한 번도 가 닿은 적 없는

비밀의 문이 열리면

천천히 드러내는 화사하고 단아한 자태

화염 속에 피어나는 붉은 연꽃

어둠은 걷히고 환하게 열리는 천지

피고 지는 꽃잎에서 무념무상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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