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보살 마하살
반칠환
허름한 시골 함바 집 식탁 위
처억 이름 모를 냄비가 앉았다 간
검은 궁둥이 자국을 본다
손으로 쓸어보지만
검댕은 묻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속이 타도
궁둥 걸음밖에 할 수 없었을
어떤 아낙의 모습 선연하다
눈물 나게 뜨거워 달아났다가도
가슴 시리면 다시 그 불판 그리워
엉덩이부터 들이댔을 서러운 조강지처
평생 끓이느니 제 속이요
쏟느니 제 창자였을
저 아낙의 팔자는 어느 사주에
적혀 있던 걸까
팔만사천 번 찌개를 끓였어도
죄다 남의 입에 떠 넣고
빈 입만 덩그라니 웃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