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를 내는 여자 / 안행덕
겨울을 이긴 새순처럼
가녀린 몸매에 윤이 난다
뜨거운 물, 백자 찻잔에
천천히 따르는 손이 희고 길다
뜨거운 가마에서 달구어진 여린 잎
서서히 녹아 묵언으로 정진하듯
다소곳이 앉은 찻잔에 눈길을 주고
찻물에 제 몸 푸는 찻잎 따라
평생 접혔던 마음 서서히 풀어내고 있다
너와 나의 앙금도
저 여린 찻잎처럼
경계를 늦추고 선(禪)에 들어보자
그래, 미움과 설움의 응어리
찻잔 속의 찻잎처럼 천천히 녹여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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