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숲과 바람과 詩

湖月, 2012. 3. 6. 17:32

 

숲과 바람과 詩 / 안행덕


세상살이 텁텁하고 갈증이 날 때

뒷산을 오르면

휘파람 불며 나를 반기는 바람

바람의 손짓 따라

다람쥐 타다닥 두들기는 심벌즈 소리

플루트처럼 칭얼대는 계곡 물소리

해금을 켜는 듯 새들의 날갯짓 소리 

숲 속의 협주곡에

덩달아 나는 어깨 들썩인다


산들바람 나뭇잎 책장을 차르르 넘기면

속독을 시작하는 산새들

글 읽는 소리 제각각이다

도토리도 따라

툭툭 바닥에 문장을 새기면

들꽃들도 뒤질세라 한들한들

온몸으로 글을 읽는데

나도 따라 고개를 끄덕인다


숲과 바람과 나는

어느새 한통속이 되어

은빛 밀어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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