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동짓날 밤

湖月, 2018. 1. 5. 10:08


동짓날 밤 / 안행덕

 

 

마른 바람이 삭정이를 흔들며

외로운 듯 천천히 지나가는 밤

동지 팥죽에 생의 무딘 이야기 한 술

집어넣고 휘휘 저어본다

 

그때는 고운 수수 빛깔 술 한 모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지

긴긴날 수없이 길어 올리고 풀어낸 세월이건만

동짓날 밤은 어쩌라고 잠마저 달아나는지

 

어둠을 지우면 또 새날이 온다며

곡절 많은 사연일랑

달아나는 밤바람에 던져주고

아늑하고 따듯한 고향으로

돌아오라 말하던 널 그리며

내 나이만큼 새알심을 세어본다

 

오늘도 동지 팥죽 한 그릇 비워 내며

덧없이 흘러간 세월을 헤아려 보는데

섬섬閃閃히 늑골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겨울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지네

 


'詩 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증  (0) 2018.06.10
그림으로 쓴 역사책/ 안행덕  (0) 2018.05.01
새가 된 나뭇잎  (0) 2017.09.23
법기 수원지 삼나무 숲에서  (0) 2017.09.16
꽃비 내리는 날  (0) 201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