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 / 안행덕
마른 바람이 삭정이를 흔들며
외로운 듯 천천히 지나가는 밤
동지 팥죽에 생의 무딘 이야기 한 술
집어넣고 휘휘 저어본다
그때는 고운 수수 빛깔 술 한 모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지
긴긴날 수없이 길어 올리고 풀어낸 세월이건만
동짓날 밤은 어쩌라고 잠마저 달아나는지
어둠을 지우면 또 새날이 온다며
곡절 많은 사연일랑
달아나는 밤바람에 던져주고
아늑하고 따듯한 고향으로
돌아오라 말하던 널 그리며
내 나이만큼 새알심을 세어본다
오늘도 동지 팥죽 한 그릇 비워 내며
덧없이 흘러간 세월을 헤아려 보는데
섬섬閃閃히 늑골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겨울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지네
'詩 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증 (0) | 2018.06.10 |
---|---|
그림으로 쓴 역사책/ 안행덕 (0) | 2018.05.01 |
새가 된 나뭇잎 (0) | 2017.09.23 |
법기 수원지 삼나무 숲에서 (0) | 2017.09.16 |
꽃비 내리는 날 (0) | 2017.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