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안행덕
치과 의자에 앉은 나는
회칠한 무덤에 앉은 듯 모골이 선다.
머리 위의 서치라이트는 내 속에 숨겨놓은
비밀을 캐내려는 듯 강렬한
문초를 시작 한다.
지은 죄가 많은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묵비권으로 맞선다.
치료기에서 내는 드릴 소리는
퍼런 칼날에 물을 뿌리던 망나니처럼
인정을 두지 않는다.
늘인 목을 더는 늘릴 수도 없고
두 주먹을 꼭 쥐고 5분을 5년처럼 느끼게 하는
변증법에 호소를 하고
사시나무처럼 그렇게 파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