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문예지 월간 한비문학 2007년 1월호에

湖月, 2007. 1. 7. 18:25

 

 

 위선

 

                                        안행덕

 

무당거미 한 마리

절간 담 모퉁이에서

화려한  몸짓으로

선량들을 유혹한다

 

엉큼한 나방

한눈팔다

거미줄에 걸렸다

 

가련한 저 나방

때늦은 후회로

날갯짓 만 파르르

 

담장 안의 부처님

여전히 자비로운 미소

 

살생을 즐기는 저 거미

도요토미 히데요시 넋은 아닐까

 

20060922 하코네 유모토,早雲寺에서

                                                                                      

아침 산책 길        

                       안행덕

 


초겨울 물속에 잉어 떼의 숨구멍이

퍼 올리는 G 선상의 아리아

산자락 아래로 파란 꿈 되어  피어 날 때

저수지 물살이 조용히 꼼지락거리면서

하얀 물안개를 피운다.

어미젖이 부족한  청솔모는 선잠 속에서

까칠한 발바닥을 핥는다

엎드려 단잠을 즐기든 육중한 산들이

발밑의 부산함에 슬쩍 실눈을 뜨고

이슬 젖은 풀잎을 꼭 끌어안는다

새벽바람은 못 본체

능청스런 미소를 짓고

한 줌 햇살   

늙은 소나무에 얹고 지나간다.       

       

바람 이었네


                                           안행덕

 

울지도 못하는 서러운 밤

싱겁게도 창틈으로 날 부른다.

그래도 행여나 하고

머릿결 고르는 내 손이 민망하구나.

비단처럼 감겨오는 향긋함이

옛정을 다시 부른다.


언제나 다정한 척 감기던

부드러운 그대 속에

사정없이 세상을 흔들어버리는

변덕이 심한 늙은 도깨비 하나  숨겨놓은

싸가지 없는  매미(태풍) 같은

바람일 줄이야.


 

  로데오

 

 

                                                             安幸德

어둠을 몰아내는 헤드라잇 불빛처럼

뜨겁고 두려울 게 없다.


철문을 박차고 나오는 저 야생 소

각본의 리허설은 필요 없다.

화영대의 불길처럼 뜨겁다

자유의 등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내는데

결사의 몸부림은

단 3초에 해결한다.


불 같은 저 성정 나도 닮고 싶다

나를 옥죄는 숱한 번뇌들

단 3초에 털어 버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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