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안행덕
무당거미 한 마리
절간 담 모퉁이에서
화려한 몸짓으로
선량들을 유혹한다
엉큼한 나방
한눈팔다
거미줄에 걸렸다
가련한 저 나방
때늦은 후회로
날갯짓 만 파르르
담장 안의 부처님
여전히 자비로운 미소
살생을 즐기는 저 거미
도요토미 히데요시 넋은 아닐까
20060922 하코네 유모토,早雲寺에서
아침 산책 길
안행덕
초겨울 물속에 잉어 떼의 숨구멍이
퍼 올리는 G 선상의 아리아
산자락 아래로 파란 꿈 되어 피어 날 때
저수지 물살이 조용히 꼼지락거리면서
하얀 물안개를 피운다.
어미젖이 부족한 청솔모는 선잠 속에서
까칠한 발바닥을 핥는다
엎드려 단잠을 즐기든 육중한 산들이
발밑의 부산함에 슬쩍 실눈을 뜨고
이슬 젖은 풀잎을 꼭 끌어안는다
새벽바람은 못 본체
능청스런 미소를 짓고
한 줌 햇살
늙은 소나무에 얹고 지나간다.
바람 이었네
안행덕
울지도 못하는 서러운 밤
싱겁게도 창틈으로 날 부른다.
그래도 행여나 하고
머릿결 고르는 내 손이 민망하구나.
비단처럼 감겨오는 향긋함이
옛정을 다시 부른다.
언제나 다정한 척 감기던
부드러운 그대 속에
사정없이 세상을 흔들어버리는
변덕이 심한 늙은 도깨비 하나 숨겨놓은
싸가지 없는 매미(태풍) 같은
바람일 줄이야.
로데오
安幸德
어둠을 몰아내는 헤드라잇 불빛처럼
뜨겁고 두려울 게 없다.
철문을 박차고 나오는 저 야생 소
각본의 리허설은 필요 없다.
화영대의 불길처럼 뜨겁다
자유의 등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내는데
결사의 몸부림은
단 3초에 해결한다.
불 같은 저 성정 나도 닮고 싶다
나를 옥죄는 숱한 번뇌들
단 3초에 털어 버릴 수는 없을까.
문예지 한비문학 2007년 1월호 (문인의향기)실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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