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박제

湖月, 2012. 3. 5. 20:38

 

박제  / 안행덕


통일 전망대에서 박제된 나비를 본다

유리 상자 안에서 전설을 만드는 나비 세마리

북쪽 고향에서 날아왔을지도 모르는 사향제비나비


고향집 나팔꽃 울타리 타고 팔랑팔랑

자유롭게 날아다녔을 사향제비나비 앞세우고

눈감아도 낯익은 고향 길 찾아 나선다

정다운 돌담장 넘겨다보고 마을 어귀 고샅길 돌며

정자나무 아래 쉬어도 보고 논둑길 밭둑 길 지나

쑥부쟁이 지천인 뒷산에 올라본다


골짜기마다 박제된 기억들 폴폴 날아오르고

쏟아지던 포화에 겁먹었던 얼굴들 

반백년 지나도 박제된 채 가슴에 남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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