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외로운 광대

湖月, 2012. 3. 5. 20:39

외로운 광대 / 안행덕

(거미)


자연을 엮어놓고 줄을 타는 광대

밤새워 엮어둔 그의 무대는

사립문과 처마 밑 빨랫줄 사이


무심한 주인

사립문 여닫으니

꽁무니에 걸린 거미의 추억

물소리도 없이 출렁이고

날 새워 공들인 무대

펼쳐보기도 전에

아픈 추억이 되어

슬픔으로 얼룩진 은빛 삶

오르내리는 곡예사의 비애


핼쑥한

그 눈빛

당겨도 휘저어도

그 언제 흐드러지게 핀 적 있나

때때로 아픈 사연

가슴에 묻고

발아래서 흔들리는 낙화 같은

제 그림자에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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