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광대 / 안행덕
(거미)
자연을 엮어놓고 줄을 타는 광대
밤새워 엮어둔 그의 무대는
사립문과 처마 밑 빨랫줄 사이
무심한 주인
사립문 여닫으니
꽁무니에 걸린 거미의 추억
물소리도 없이 출렁이고
날 새워 공들인 무대
펼쳐보기도 전에
아픈 추억이 되어
슬픔으로 얼룩진 은빛 삶
오르내리는 곡예사의 비애
핼쑥한
그 눈빛
당겨도 휘저어도
그 언제 흐드러지게 핀 적 있나
때때로 아픈 사연
가슴에 묻고
발아래서 흔들리는 낙화 같은
제 그림자에 미소를 보낸다
'숲과 바람과 詩(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고 싶어라 (0) | 2012.03.05 |
---|---|
바다 (0) | 2012.03.05 |
박제 (0) | 2012.03.05 |
여름날 오후의 소묘 (0) | 2012.03.05 |
불면의 밤 (0) | 201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