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 湖月 安幸德
범어(梵漁)가 놀았다는 전설을 찾아
물처럼 바람처럼 길을 나섰네
바람결에 묻어나는 풍경소리
은은한 산문에 들어서니
몇 백 년 된 은행나무 소나무
행자처럼 읍소하며 나를 반기네
일주문 지나 사천문에 이르니
세속의 짐은 다 벗어 놓고 왔느냐
눈 부릅뜬 사천왕 호령에
오금 저리며
불이문 보제루를 돌아서니
빛바랜 단청을 인 대웅전
부처를 품어 안고
자비로운 아미타의 미소가 환하다
돌계단 하나에 세속의 연 하나 내려놓고
또 한 계단 오르며 욕심 하나 버리니
빈마음에 고요를 담아 슬며시 여민 옷깃
두 손 모아 삼 천 배(拜)로 세속을 벗어버리니
절 마당이 출렁거리고 범어(梵漁)가 놀고 있네
시집『바람의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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