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범어사에서 / 湖月安幸德

湖月, 2024. 11. 22. 07:53

부산, 범어사 전경

 

 

범어사에서 / 湖月 安幸德

​ 범어(梵漁)가 놀았다는 전설을 찾아

물처럼 바람처럼 길을 나섰네

바람결에 묻어나는 풍경소리

은은한 산문에 들어서니

몇 백 년 된 은행나무 소나무

행자처럼 읍소하며 나를 반기네​

일주문 지나 사천문에 이르니

세속의 짐은 다 벗어 놓고 왔느냐

눈 부릅뜬 사천왕 호령에

오금 저리며

불이문 보제루를 돌아서니

빛바랜 단청을 인 대웅전

부처를 품어 안고

자비로운 아미타의 미소가 환하다​

돌계단 하나에 세속의 연 하나 내려놓고

또 한 계단 오르며 욕심 하나 버리니

빈마음에 고요를 담아 슬며시 여민 옷깃

두 손 모아 삼 천 배(拜)로 세속을 벗어버리니

절 마당이 출렁거리고 범어(梵漁)가 놀고 있네

 

 

시집『바람의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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