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조목과 명장 / 안행덕
벽조목과 명장
벽조목과 명장의 한판 씨름이 시작된다
숨 막히는 순간이다
벼락을 맞고 저승을 다녀온 대추나무
이미 사리가 되어 칼끝을 저항하고
시치미 딱 떼고 어깃장을 놓으며
장인의 손을 희롱한다
번갯불에 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는
수술대에 누운 아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혼신魂神을 다하는 정성에
벽조목도 순해지는데
어려운 수술 끝에 행운의 길을 여는 순간
조각칼을 쥔 명장의 손이 찌릿하다
지뢰의 뇌관을 건드린 듯 등줄기에 진땀이 난다
2019년 8월 새부산 시협 작품상
'안행덕 시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갯그렁 같은 여자 / 호월 (0) | 2025.02.06 |
---|---|
징검다리 / 안행덕 (0) | 2025.01.22 |
을숙도 현대 미술관 (0) | 2025.01.22 |
벽조목과 명장 / 호월 안행덕 (0) | 2024.12.03 |
서러운 손톱 / 호월 안행덕 (0) | 202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