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벽조목과 명장

湖月, 2025. 4. 2. 14:04

 

 

 

벽조목과 명장 / 호월 안행덕

 

 

벽조목과 명장의 한판 씨름이 시작된다

숨 막히는 순간이다

 

벼락을 맞고 저승을 다녀온 대추나무

이미 사리가 되어 칼끝을 저항하고

시치미 딱 떼고 어깃장을 놓으며

장인의 손을 희롱한다

 

번갯불에 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는

수술대에 누운 아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혼신魂神을 다하는 정성에

벽조목도 순해지는데

어려운 수술 끝에 행운의 길을 여는 순간

조각칼을 쥔 명장의 손이 찌릿하다

지뢰의 뇌관을 건드린 듯 등줄기에 진땀이 난다

 

 

 작품상 수상작

 

시집『빈잔의 자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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