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새가 되어

湖月, 2012. 3. 6. 17:12

새가 되어  / 안행덕



민둥산 억새, 은빛 날개 흔들며

군데군데 군무로 화려하게 춤춘다.

한낮의 고단함도 깊은 시름도 잊은 듯

모든 사념 홀가분하게 벗어버리고

하얀 새가 되어 흔들리는 저 가벼움


내 흰 머리 닮은 비애로 엉기는 억새

하얗게 바랜 추억의 여운처럼

숭숭 뚫린 속, 서러운 상처 달래고 있다


본래, 한 무리였던 것처럼

하얀 억새의 군락지에 섞인 나,

자잘한 주름 날개처럼 풀어내어

춤사위로 흔드는 억새 따라

두 팔 벌려 자유로운 작은 새가 된다




'숲과 바람과 詩(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을 여는 여인  (0) 2012.03.06
녹차를 마시며  (0) 2012.03.06
아침 산책길  (0) 2012.03.06
제3부 바람이고 싶어라  (0) 2012.03.05
오월이 오니  (0)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