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되어 / 안행덕
민둥산 억새, 은빛 날개 흔들며
군데군데 군무로 화려하게 춤춘다.
한낮의 고단함도 깊은 시름도 잊은 듯
모든 사념 홀가분하게 벗어버리고
하얀 새가 되어 흔들리는 저 가벼움
내 흰 머리 닮은 비애로 엉기는 억새
하얗게 바랜 추억의 여운처럼
숭숭 뚫린 속, 서러운 상처 달래고 있다
본래, 한 무리였던 것처럼
하얀 억새의 군락지에 섞인 나,
자잘한 주름 날개처럼 풀어내어
춤사위로 흔드는 억새 따라
두 팔 벌려 자유로운 작은 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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