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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를 짓다

湖月, 2008. 12. 19. 18:48

 

수의를 짓다/ 안행덕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가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 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슨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옭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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