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를 짓다/ 안행덕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가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 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슨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옭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사의 여인 (0) | 2009.03.01 |
---|---|
골드러쉬 ㅡ 한지이 (0) | 2009.02.18 |
달빛과 거미 (0) | 2008.12.16 |
[스크랩] 2008 진주가을문예당선작 (0) | 2008.12.11 |
[스크랩] 제3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 ㅡ 상황 그릇 (0) | 2008.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