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 안행덕
하마하마 바다를 바라보는 나
숨죽이고 엄마의 숨소리 기다린다
바다가 그리워
우울증을 앓는 여자
남몰래 바람이 되는 여자
물질하러 바다로 간 내 어머니
이어도를 서방이라 부르는 여자
숨이 차도록 바다를 사랑한다면서
걸핏하면
해초 줄기에 목을 매고 싶다는 말로
내 애간장을 태우는 여자
참았던 울음 파도에 풀어놓고
거친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
호~오이 후~우
호~오이 후~우
숨을 몰아쉬는 망사리 같은 여자
바다를 가르는 숨비소리 들리면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한
날 부르는 소리
망망 바다에서 들리는 내 어머니 숨소리
바닥 // 안행덕
바닥은 시작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날개를 갖고 싶어 하며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추락하는 연습을 한다
파산하는 것 막판이 되는 것
탈탈 털리고 빈손일 때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바닥이라 한다
천둥벌거숭이
숭숭 뚫린 가슴
간신히 알아낸 바닥의 실체는 살아남는 법을 궁리한다
바닥을 기어보면 안다
더는 추락 할 곳도 없다는 것을
절망이라 생각할 때
바닥을 칠 때
아~ 탄식을 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안다
바닥은 시작이다
계간 문예시대 2020 여름호 103호
이계절의 시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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