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숨비 소리

湖月, 2020. 6. 11. 17:21

 

숨비소리 / 안행덕

 

 

하마하마 바다를 바라보는 나

숨죽이고 엄마의 숨소리 기다린다

 

바다가 그리워

우울증을 앓는 여자

남몰래 바람이 되는 여자

물질하러 바다로 간 내 어머니

 

이어도를 서방이라 부르는 여자

숨이 차도록 바다를 사랑한다면서

걸핏하면

해초 줄기에 목을 매고 싶다는 말로

내 애간장을 태우는 여자

 

참았던 울음 파도에 풀어놓고

거친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

호~오이 후~우

호~오이 후~우

숨을 몰아쉬는 망사리 같은 여자

 

바다를 가르는 숨비소리 들리면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한

날 부르는 소리

망망 바다에서 들리는 내 어머니 숨소리

 

 

바닥 // 안행덕

 

 

바닥은 시작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날개를 갖고 싶어 하며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추락하는 연습을 한다

 

파산하는 것 막판이 되는 것

탈탈 털리고 빈손일 때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바닥이라 한다

천둥벌거숭이

숭숭 뚫린 가슴

간신히 알아낸 바닥의 실체는 살아남는 법을 궁리한다

 

바닥을 기어보면 안다

더는 추락 할 곳도 없다는 것을

절망이라 생각할 때

바닥을 칠 때

아~ 탄식을 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안다

바닥은 시작이다

 

 

 

계간 문예시대 2020 여름호 103호

이계절의 시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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