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같은 그녀
安幸德
아지랑이 춤추던 자리에
봄볕이 기웃거릴 때
잔설 비집고 아무 데서나
쑥쑥 나오는 저 쑥 좀 봐.
가녀리고 보드라운 저 몸집 어디에
혹한을 참아내는 깡 단을 숨겨두었을꼬
서럽고 차가운 냉대 온몸으로 견디고
아무 데서나 히죽 웃는 서산댁은
아마도 전생이 쑥 이였나 봐
하얀 앞치마에 탁배기 세례를 받아도
뽀얀 얼굴이 멍 들어 푸르뎅뎅한 쑥색이 되어도
아롱아롱 걸어 들어올 자식을 기다리며
쑥 범벅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여자
은은하고 쌉싸름한 쑥 차 같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