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내
安幸德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남편 출근 준비 바쁜데
창가에 핀 문주란에 한눈팔다가
남편한테 쥐어박히고요.
랜지 위의 국 냄비
철없이 요란 떨며 들썩들썩
넘치는 눈물에
젖은 행주 당황하고요
온몸을 도마 위에 뉘어 놓고
수천수만 개의
팔팔 뛰는 속어들
선율처럼 튀어 올라
칼날에 탁, 박히는 데요
급소를 맞은 듯 숨이 막혀
펜촉으로 혈을 트지 않고는
꼼짝없이 돌이 될 것 같아서요
현란하게 달려가는 펜촉에
철없는 마음을 모두 주고
백지한장 손에 쥐고 외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