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덕 시 세계

안행덕 시인의 詩 읽기

湖月, 2008. 8. 25. 17:36

 

출처 카페 > 시산문(詩散門) | 헌책
원문 http://cafe.naver.com/dalcho/29503

 

 

삶의 체험을 통해 詩에 몸묶기 또는 길 닦기

-안행덕 시인의 詩 읽기

 

임영석

 

  세월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어본다 아니 내 손에 잠시 쥐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고 쥐어 지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말은 바로 세월을 잡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 느끼게 하기 위하여 발생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행덕 시인과 나는 아직 대면을 해본 사실이 없다 금산이 고향이라는 사실 하나로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발전되어 있을 뿐이다 그 관계로 인하여 안행덕 시인의 시 해설을 쓰게 되었는데 나는 아직 남의 시에 대하여 관대하리 만큼 충분한 지식과 관록을 갖고 있지 않아 망설였지만 시를 읽는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미력하지만 시해설을 써 보기로 했다

 

  안행덕 시인의 시는 대체적으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록의 언어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희망을 노래하고자 하는 시인의 인생관이 투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서 안행덕 시인은 삶의 체험을 통해 살아 온 날들을 시를 통해 묶어 내고 있다 그 말들이 아름답고 경건한 믿음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읽는이에게 주고 있다

 

젊은 날 저 까치집처럼 엉성한 둥지

옥탑에 올려놓고 애태우던 나 같다

「둥지 」부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에

분홍색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

  「봉선화 추억 」부분

 

「둥지 」라는 시를 읽어보면 까치가 나무 삭정이 하나하나 물어다가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르는 어미의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시인 자신의 젊은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자식들이 다 장성하여 살아가지만 시인께서 가치집을 짓듯 집을 장만하고 그 둥지 안에서 자식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듯이 키우면서 나이들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애잔한 마음뿐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사랑을 보듬는 저 어미 까치의 고달픈 날개가 환하다" 라며 무탈하게 자식을 키워낸 마음 한 곳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에게 삶의 여백을 풀어주는 날개를 갖게 된다 이제는 그 날개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세상을 바라보며 시를 통해 마음의 둥지를 짓고 있다 시인은 삶의 의미를 새롭게 가꾸어 가는 행복을 시에서 찾고 있다고 보아진다 삶은 즐겁게 생각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바꾸어진다고 한다 「봉선화 추억 」엮시 초등학교 시절 옛 친구들과 여름날이면 장둑 옆에 핀 봉선화 꽃을 따서 물드리던 친구들을 그리워 하고 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뛰어놀던 소꼽친구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 가슴속에서 영원히 함께 하는 동무들이다 그 소꼽 친구들을 그리워 하는 시인의 마음에 "분홍색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안행덕 시인은 그리움을 통하여 세월의 마디 마디 추억의 새싹을 통해 삶의 여명을 빛추어 내고 있다

 

  이는 시인의 품성이 갖고 있는 자생적인 삶의 방법을 통해 회귀본능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결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건 동물이 건 처음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하여 돌아가서 땅에 묻히고 싶은 회귀본능이야 말로 동물이나 사람에게 주어진 특권의 신비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신비주의가 안행덕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 본질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아래 인용의 시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해 저물도록

밭이랑에서

허기진 허리춤 졸라매던

내 어미는 들국화 되었으리.

「들국화」부분

 

흐르는 세월처럼 처연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나이

속 깊은 저 강물의 나이를 아시나요

「강 」부분

 

태어나 한번 누워본 일 없어

좀더 오래 눕고 싶었던 게지

「와목 」부분

 

  위 인용된 시들의 표현에서 보듯이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거슬러 오르려는 회귀 본능을 통하여 자신이 돌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예견하고 있다 그곳이 밭이랑의 들국화 같은 향기를 지닌 어미로 보여지고 싶고, 천년 만년 흘러가는 강물처럼 시인 가슴에 흐르는 자신의 마음을 아무도 몰라주지만 유구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시인 자신은 묵묵하게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물을 통해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와목처럼 "태어나 하번 누워본 일 없어 / 좀더 오래 눕고 싶었던 게지"「와목 부분」라며 자신의 삶 중에서도 아직 한 번 마음편히 눕고 살아 본 일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읽게 해 준다 이는 그 만큼 시인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 왔다는 이야기다 

 

품바가 금방 훼스턴 뮤직으로 바뀐다

맞다 일인 4역 5역이다

여장남장들의 열연에 흠뻑 바진 관중에게

농담 속에 진담 한마디

「엿 먹어라 」부분

 

당숙 내미는 두부 한입 물고

세상은 두부처럼 말랑한 게 아니더라고

절절함이 배인 떨림 하나 토한다

「세상은 말랑하지가 않다 」부분

 

  그러나 시인도 현실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를 무시하지는 못한다 현실이야 말로 삶에서 가장 주요한 기둥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기둥이 되는 중심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외면하고는 세상이라는 공동체 속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엿 먹어라"와 "세상은 말랑 하지가 않다"는 현실적 충돌에서 빚어지는 일상의 이야기지만 이도 인생을 오래 살아 온 시인의 경험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는 삶의 경험 만큼 인생에 있어서 그 덕목이 쌓이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이웃의 삶을 보며 함께 웃고 울며 가족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걱정하고 살아온 마음은 건강한 우리 사회의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안행덕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목가적이고 회귀 본능적인 면에 본질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아도 평범한 한 사람으로 주체되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시라는 것이 삶의 또 다른 에너지를 갖게 하고 있다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이는 곳 정신의 무게가 마음을 통해 발원되어 시라는 것으로 탄생 되기까지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무언의 언어를 만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함이 있었을 것이다  안행덕 시인은 그 인간적 애정을 중심으로 하여 시심을 가꾸고 있다  그 인간적 애정이 삶의 큰 기둥이 되어 시심을 발원하는 마음으로 더 크고 아름다운 마음 꽃을 피우기를 갈망하며 미진한 글을 마친다

 

임영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2회추천 등단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등 활동

시집으로 "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엽서", "나는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배경"[근간]이 있슴

 

 

문예지 계간 웹북 가을호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