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멈출 수 없는 세월에 뒤질세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도
가끔은 머뭇거린다.
물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순해지는데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돌의
부르튼 발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른 발이 젖지 않고
징검징검 밟고 가라고
제 몸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침묵하며
흐르는 시냇물에 맨발을 숨긴 돌
물 위의 표정은 태연한척하지만
물살에 헌(傷處) 발은 상처투성이다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나란히 서 있는 친구 손을 붙들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르르 떤다
제5시집 『바람의 그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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