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징검 다리 / 안행덕

湖月, 2018. 12. 6. 21:01






징검다리

 

 

멈출 수 없는 세월에 뒤질세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도

가끔은 머뭇거린다.

물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순해지는데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돌의

부르튼 발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른 발이 젖지 않고

징검징검 밟고 가라고

제 몸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침묵하며

흐르는 시냇물에 맨발을 숨긴 돌

 

물 위의 표정은 태연한척하지만

물살에 헌(傷處) 발은 상처투성이다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

나란히 서 있는 친구 손을 붙들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르르 떤다

 


제5시집 『바람의 그림자』에서


'詩 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잔의 자유 / 안행덕  (0) 2018.12.11
파도처럼 / 안행덕  (0) 2018.12.10
갈증  (0) 2018.06.10
그림으로 쓴 역사책/ 안행덕  (0) 2018.05.01
동짓날 밤  (0) 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