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청포도

湖月, 2019. 6. 8. 12:44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詩의香氣'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산 / 김수환 추기경  (0) 2019.06.29
청포도 / 이육사  (0) 2019.06.08
지퍼 / 신정민  (0) 2019.05.06
동백 꽃  (0) 2019.01.12
호월  (0) 201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