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들국화 / 안행덕 화사한 꽃들 다 시들 때쯤 수줍은 미소로 곱게 피었구나 네 향기에 취한 바람도 건들건들 머뭇거리네. 아무도 찾지 않아도 별을 헤아리며 고운 꿈으로 이슬에 젖은 채 가슴 저린 향을 피워내는 너 앵벌이 같은 벌과 나비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精(정)이 내 어미 같아..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촌수 없는 남자 촌수 없는 남자 / 안행덕 여보 밥 여보 물 눈 뜨면 시작하는 이 남자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촌수도 없는 그에게 영혼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줄도 모르고 장미는 향기만 있는 줄 알았지 하늘같이 받들라 이르시며 눈물 글썽이시던 친정어머니 어쩌자고 이제야 향기 속에 숨은 가시가 보이..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해빙(解氷) 해빙(解氷) /안행덕 겨우내 단단한 굴곡으로 편협하던 빙벽이 슬슬 조였던 끈이 느슨해진다 엄동에 맞서려고 부풀리던 왜곡 순하디 순한 남녘 바람에 얼었던 마음 풀고 설한풍에 닫혔던 말문 체념처럼 졸졸 흘러내린다. 거울 속에 겨울 산맥 같은 주름진 얼굴 반평생 삶에 지친 빙벽이다 ..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달빛과 거미 달빛과 거미 / 안행덕 열이레 달빛이 처마 밑 어둠을 밀어낸다 어둠에 익숙한 거미 한 마리 조심스러운 사냥을 꿈꾼다 조심조심 묶어둔 거미줄에 걸린 환한 달빛 살아서 퍼덕거린다 한번 걸린 먹이는 놓아 줄 수 없다는 듯 예리한 발톱으로 줄을 당긴다 출렁,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날렵..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내 바람 되거든 내 바람 되거든 / 안행덕 제상 위에 다소곳한 어머니 흑백 사진틀에 갇히신지 어언 20년 해마다 그 자리 그곳에서 젖은 눈으로 어김없이 나를 기다리신다. 경전을 펼쳐 놓은 듯 차려진 제수 사이로 파릇파릇 새순처럼 돋는 그날들 봉숭아 꽃물을 들여야 저승길이 밝아진다고 손가락을 흔..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안행덕 시 평론 / 양영길 휴머니즘, 혹은 존재론적 성찰 - 안행덕의 시세계 양영길 (문학평론가) I. 들머리 우리들의 마음속에 맺혀 있는 한(恨)과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러한 한과 그리움을 하나로 보고 정한(情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정한은 그리움과 한이 쉽게 분리되지 않..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
跋文 이용환 모든 이의 변함없는 친구 이용환 (시인, 수필가) 호월 안행덕 시인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2004년 3월 웹사이트 ‘시산문’을 통해서입니다. 당시 우리는 각자 나름의 절실한 삶의 전기(轉機) 같은 것이 필요한 때 아니었나 싶습니다. 호월 안행덕 시인님은 일선에서 퇴직을 하셨고, 저 역시..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