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와 참빗

목탁새 아침부터 참회하고 참선이라도 하는지 산사의 스님인 양 청아한 목탁 소리 목탁 치며 염불하는 너는 누구냐 무슨 사연 그리 깊어 죄 없는 나무를 쪼아대며 하소연하는지 그토록 간절한 발원이라면 부처인들 돌아보지 않을까 새야새야 목탁 새야 저 나무속 깊이 파고 들어가 연화..

오갈피나무 오갈 들다 늦가을 산문 앞 오갈피나무 잎마다 색 바랜 이파리 푸석하다 한철 푸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날마다 파란으로 지치고 허기진 잔가지 찰랑거리던 한순간 잊지 못하고 저무는 노을 잡고 하소연이다 엄동을 걱정하는 나무, 모른 척 지나치던 나 산문 앞에서 나를 만났네..

가두리 양식장 펄펄 뛰는 심장이 야속하다 가두리에 길들여진 여자는 넓은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파도를 두려워하고 사육당하는 줄 알면서도 날마다 부글거리는 심장만 달래기 여념 없는 진부한 물고기 더는 견딜 수 없어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보지만 무뎌진 칼날은 이미 녹슬고 ..

출구를 놓친 그녀 낯선 행성에서 날아온 초음파에 감전된 그녀 유황빛 현기증으로 잠깐 착각 속으로 빠져 출구를 놓치고 영문도 모르고 내민 손을 잡는다 다른 별에서 온 두 종족은 서툴고 익숙지 못한 삶 우왕좌왕하는 사이 빛나던 별은 점점 빛을 잃고 참담한 농담이 꽃잎처럼 떨어지..

내 사랑 너는 모르지 - 민혁아 맑은 눈동자 살짝 웃는 눈웃음은 파란 하늘 햇살처럼 눈 부셔 아직 읽지 못한 편지처럼 언제나 나를 궁금하게 하는 사연들 우리 강아지 민혁아 너는 모르지 어제든 할머니하고 문 열고 들어설 것 같은 네 웃는 얼굴 물안개처럼 방안 가득하고 맑은 목소리 시..

밀월의 시작 ​입춘이다 앞산에 아직 겨울빛이 남아있는데 어쩌자고 또 봄은 오는지 ​ 무엇을 숨기려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으로 골짜기를 내려가는 눈발 모락모락 모략이 번진다 아마도 입춘의 계략에 아지랑이 음모 속으로 빠져드나보다 이슬에 젖은 거미줄 출렁임은 새로운 설렘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길 떠나리 꿈에 본 그 길 찾아서 길 떠나리 밤새운 기다림 빈방에 그대 발소리 가득 하여라 풋풋한 인연으로 맺은 정 시공을 초월해서 바람으로 오소서 주체할 수 없는 봄밤은 길어라 꽃 지고 잎 지니 속절없어라 모란이 지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

민박집에서 만난 바다 작은 포구 민박집 낯선 방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척이는데 철썩철썩~ 작은 창문 두드리던 바다 슬그머니 들어와 합방하잔다 바다도 가끔은 외박을 하나보다 잠은 안 오고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듣자니 기막힌 어부가 있었다는데 가난한 어부는 바다를 삼..

물에도 뼈가 있다 칼로 물 베기란 말 들어봤나요 그래요 툭하면 티격태격해도 칼로 물 벤 자리처럼 ​그대로 물 같은 부부 칼로 베어도 상처 하나 없는 물 같은 사랑도 마음을 닫고 꽁꽁 얼어버리면 단단한 사리 같은 뼈가 되는데 세상은 물에도 뼈가 있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아서 가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