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랑 벗고 누었다 홀랑 벗고 누었다 과거와 미래를 잘라내는 솜씨 현란한 조리사의 칼날 단숨에 이승과 저승의 길이 갈린다 도톰한 어슷썰기로 가지런한 자연산 회 한 접시 맛깔난 겯드리 한가운데 밀치 광어 우럭 표정 없는 바다가 되어 홀랑 벗고 누었다 펄펄 뛰는 싱싱한 자유가 유죄요 발버둥 친 게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희귀한 존재 희귀한 존재 듣자니 고희古稀라는 말 70살 되는 걸 희귀하게 여겼다는 말이라 하네 내 나이 망팔이니 희귀한 존재가 되었네 사는 게 마디마디 서러워도 검은 머리 희끗희끗 서리가 내려도 운명도 사랑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지년從心..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무궁화(無窮花)야 무궁화(無窮花)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동구 밖 골목에서 숨바꼭질하던 어린 시절 술래가 되어 돌담에 기대고 눈을 감은 채 무궁화 꽃을 피워냈던 그때 그 무궁화들 다 어디로 갔나 바람 따라 등고선 넘어갔는지, 보이지 않네 숨바꼭질하던 아이 따라 꼭꼭 숨었나 보이지 않네 아무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저 경건함의 뒤편 저 경건함의 뒤편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는 도예陶藝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날 기장 대변항 가는 길에 [토암] 도자기 공원 아무렇게나 버려진 듯 쓸쓸한 토우가 있네 탁한 소리 허튼소리 듣지 말라 귀가 없고 세상만사에 풀지 못할 가슴앓이 골치 아픈 속내 다 비우라고 텅 빈 머리로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살풀이춤 살풀이춤 하얗게 비운 마음 소복으로 나선 춤꾼 애원의 눈빛 간절함을 허공에 걸어놓고 움직일 듯 말 듯 어깨춤이 흥을 부른다 가느다란 손끝에 감긴 하얀 수건 맺고 푸는 능란한 기교가 슬픔을 환희로 승화시켜 주는데 살풀이장단의 곡조가 애절히 운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라..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장 시인을 보내며 장 시인을 보내며 나는 그대 소식 듣고 마음이 하얗게 되어 어디를 향해도 적막한 마음뿐이라오 빙설氷雪처럼 차가워지는 고독으로 얼어붙은 내 한숨 소리 들리나요 타오르던 연정戀情의 추억은 차디찬 밤바람에 멀어져가고 밤이 깊어 갈수록 그리움은 쌓여만 가는데 눈물로 살아나는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여각旅閣 이었네 여각旅閣 이었네 빗금을 긋는 장맛비 무슨 생각을 할까 유리창에 낙서하며 툭툭 떨어지는 빗물의 여행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생각하다가 인생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나를 돌아보고 꽃잎처럼 피고 지는 인생이 궁금해진다 울다가 웃다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버린 세월 반..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빈잔의 자유 판권 빈 잔의 자유 초판1쇄 발행 2018년 6월 15일 지은이 안행덕 펴낸이 이길안 펴낸곳 세종출판사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흑교로 71번길 12 (보수동2가) 전화 051-463-5898, 253-2213~5 팩스 051-248-4880 전자우편 sjpl@chol.com 출판등록 제02-01-96 ISBN 979-11-5979-029-4-03810 정가 10,000원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