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핀 눈꽃 3월에 핀 눈꽃 흐미~ 밤새 내린 눈 좀 보소 이게 뭔 일이당가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겨울이 심술을 부렸구먼 봄소식에 슬며시 문 열던 목련화 깜짝 놀라 문풍지 바르겠네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회동 수원지의 오후 회동 수원지의 오후 수채화 같은 풍경 물에 비쳐 아른아른 평화롭고 엄마 품처럼 넉넉한 회동 수원지 무엇이든 통째로 삼켜도 잠시 허우적거릴 뿐 시치미 딱 떼는 잔잔한 호수 호반의 내력을 잘 아는 윤슬은 누가 묻지도 않는데 졸린다는 듯 슬며시 눈을 감는 저녁나절 온종일 법석이던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홍류 폭포 홍류 폭포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 서늘한 비수에 베인 듯 선혈처럼 튕겨 나오는 비명 콰르르 콱 첨벙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망 허우적거리는 물보라 홍류 폭포 앞에서 스쳐 가는 파노라마 인생의 질곡을 풍경으로 말해주는 홍류 폭포 나도 그랬다 청녀처럼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이삭줍기 이삭줍기 추수를 끝낸 들녘에 평화로운 노을 앞에서 공손히 합장하며 두 손 모은 세 여인 무리 속에서 떨어진 한 톨의 이삭 땅에 떨어진 낱알의 길을 따라가면 고된 땀방울에 젖은 농부 고단한 노고의 경건한 기도가 있다 한 알의 낱알에 감사하는 마음 밀레의 그림으로 들어가 보자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 이코이의 광장 いこいの広場 - 이코이의 광장 푸른 하늘 넓은 공원 평화가 가득한 いこいの広場 벤치에 나 홀로 이방인 되어 앉아있네 잔디도 푸르고 나무도 푸르고 하늘도 푸른 이곳 사람도 푸르구나 여유로운 산책객 하나. 둘. 셋,…… 초록물 툭툭 흘리며 푸른 광장을 걸어가네 푸른 물이 든 강아..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구두를 고치며 구두를 고치며 낡은 구두가 기우뚱거리며 발꿈치를 잡고 앙앙거린다 뒤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절룩거리며 이제 지치고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굽이굽이 걸어온 길이 얼마냐고 따지듯 묻는다 묵묵히 길의 이력을 읽어주던 구두가 삐딱하게 토라져 파업을 선언한다 귀퉁이 닳은 그만..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꽃샘추위 꽃샘추위 노란 병아리 주둥이 같은 개나리꽃 막 피기 시작하는데 찬바람이 심통을 부리며 지나갑니다. 그래도 노랑 꽃 작은 입술은 곱게 웃기만 합니다 병아리 눈물만 한 저 작은 꽃잎에 커다란 용서가 가슴 가득 숨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삼천포 가는 길 삼천포 가는 길 - 박재삼 문학관 우리 가보자 서정을 찾아가 보자 서정의 발원지를 찾아보자 김소월 김영랑 서정주 박재삼 삼천포 가는 길은 아름다운 포구만 있는 게 아니라네 청춘같이 푸른 바다도 있고 詩로 허기진 가난도 있다네 그래서 삼천포로 빠져도 좋겠네 궁핍스러운 바구..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비밀 비밀 아침을 여는 소리 임을 부르는 소리 따르르 딱 따르르 딱 저 작은 부리로 세상을 깨운다 바람과 햇살과 토양은 은사시나무를 키우고 받은 만큼 제 살을 내어줄 줄 아는 자연의 저 갸륵함 딱따구리는 이력이 난 게 아니라네. 나무인들 한줄기 선혈이 없으랴 따르르 딱 따르르 딱 무지..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