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잔의 자유 빈 잔의 자유 노을빛 고운 저물녘 망팔(望八)이 졸고 있는 툇마루 보랏빛 추억이 라일락 향기로 피어난다 와인 빛 고운 마음 시퍼런 비수 같은 마음 마음은 비울수록 가벼워지는 걸 알아가는 나이 무에 그리 서러운가 하루해가 지는데 한 생이 하룻밤 꿈같은 걸 풍선처럼 하늘 높이 오르..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달과 바다처럼 달과 바다처럼 멀고 먼~ 하늘에서 두레박을 내리고 바다를 당겼다 놓았다 하며 끊임없이 구애를 보내는 달빛 무심한 듯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는 날마다 월력에 끌려 몸부림치며 오매불망 아득히 먼 하늘의 달을 수 천 년 바라만 보고 일편단심으로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서는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서투른 불면 서투른 불면 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서산을 넘어가는 노을 누구의 슬픔을 동반하는지 맥이 없다 아쉬운 하루를 보낸 탓인지 깊은 밤 절룩거리며 내 방에 들어온 어둠 오랫동안 기다린 탓인지 안식 찾지 못하는 어둠처럼 나의 잠은 쉬이 오지 않는다 밤은 깊어 가는데 좀처럼 끝나지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강아지풀 강아지풀 품팔이 간 엄니는 해 저물도록 오지 않고 허기진 그리움에 개울가 강아지 친구 만나러 간다 반갑다고 꼬리 치는 강아지 손바닥에 올려놓고 오요요 오요요 부르면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좋아라. 반기는 보송보송 강아지 꼬리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한계령 바람아 한계령 바람아 운무가 골짜기를 휘감아 산과 산 사이 첩첩 무아지경이다 아~ 탄식처럼 튀어나오는 소리 저 골 깊은 인내의 한계는 어디쯤일까 주목은 천 년을 산다는데 저 무아의 절경을 먹고 산다면 나도 천년을 살 것 같네 안개에 젖은 한계령 바람아 너는 내 속에 잠든 바람을 아는가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정녕 몰랐네 정녕 몰랐네 허밍처럼 부는 바람에 푸르던 잎 단풍 들었네 허둥지둥 방황하던 길 위의 나 파르르 떨어지는 낙엽 보고 외로운 가을인 줄 알았네 노을빛으로 물드는 단풍잎에서 나를 만났네 날마다 푸른 잎 잘라 먹으며 죄짓고 사는 줄도 몰랐네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아등바등 사느라 ..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시월의 기도 시월의 기도 곱게 물들어가는 산과 들 한 해의 기도가 익어가는 시월 비바람과 태풍을 견뎌낸 키 큰 수숫대 시월의 들녘을 내려다보며 감사하다 머리 숙여 기도하네 마른 풀잎처럼 서걱거리는 손을 잡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동행해준 그대에게 하트를 보내야지 저무는 노을에 물..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가을 간이역 가을 간이역 두 줄의 긴 선로 변에서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을처럼 피어있는 꽃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기차는 기적을 울리고 기적이 울릴 때마다 두근거림을 살랑살랑 흔들림으로 말하는 저 살살이처럼 작은 간이역에 추억 같은 긴 그림자로 막막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석류의 언어 석류의 언어 보리누름 허기진 한나절 봄소식은 더뎌도 석류꽃 피더니 긴긴 여름날 지루함을 감추려고 남몰래 숨어들어온 은밀한 방 석류꽃보다 더 붉은 열정 숨겨둔 열정이 익어 보석으로 빛나네 엄동의 핏빛 울음 물고 가슴 깊이 묻어둔 수많은 밀어 옹이가 되어도 차마 말 못 하고 남..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