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 보세요 웃어 보세요 팍팍한 세상에 미소만 한 게 또 있을까 웃음을 잃은 사람은 웃을 일이 생길 리 없지 모두 행복해지는 일 웃음만 한 게 또 있을까 사람을 단박에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미소 작전이 최고지 처음 만난 사람도 까다로운 사람도 눈가에 웃음이 묻어있으면 무턱대고 드는 친근감 슬..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가을의 파본 가을의 파본 늦가을 아찔한 선택의 순간 울긋불긋 가을 광고가 요란하다 책장을 정리하고 단장하고 파본으로 낙찰될까 안달이다 방심하면 틀어지는 나무의 속성 책갈피마다 혼신을 담아 여름내 집필한 문장을 정리하고 첨삭하며 접었다 폈다 열었다 덮었다 파본으로 낙찰될까 봐 노..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속죄하리라 속죄하리라 네 죄를 네가 아느냐고 바람이 따지듯 묻네 숲의 함성을 듣지 못한 죄 뜨거운 열정으로 자만 한 죄 냉소와 무관심으로 세월을 무시한 죄 두 손 모으고 속죄하리라 선고받은 기결수처럼 하늘의 사면을 기다리던 나 망설이던 생각 접고 바람 따라가리라 애면글면하던 마음 비우..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계절은 가도 계절은 가도 치악산도 색동옷 갈아입었네 하늘을 배경으로 동양화 한 폭 일필휘지로 그려놓고 우우~ 가을이 우네 흰 눈이 내리기 전에 떠나가야 한다고 잔가지 흔들며 채근을 하네 무심한 듯 떠나려 재촉하는 가을아 떠나야 할 시기를 아는 너 나도 아름답게 떠나는 너를 닯을까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풀꽃처럼 풀꽃처럼 외진 산길에 홀로 핀 풀꽃처럼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 지나가는 바람아 너만이라도 잠시 머물다 가렴 혼자 피었다 혼자 지는 이름 없는 풀꽃처럼 나 그렇게 살다 가리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황혼 황혼 산사의 저녁연기 고와라 저녁 노을빛에 더 고와라 저기 가는 저 길손 고운 빛 따라가다 길을 잃을라 외진 산길 한 잎 남은 이파리 황혼빛에 마른 입술 서러워라 하루해가 궁핍해지는 저녁 어스름 미웠던 그 사람도 보고 싶어라 세상이 야속타가도 내 탓이라 생각하니 서러운 마음 덤..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웬걸요 웬걸요 물회의 나들이 도마에 올려지는 순간 파드닥거리며 절망할 때 칼날이 은근슬쩍 내 속살을 파고드는데 짜릿한 흥분으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 안개 같은 오르가슴에 아~ 이게 죽는 거구나 생각하는데 웬 걸요 유기로 만든 어항에 넣어 주는데 동동 뜨는 살얼음이 얼마나 시원한지 잘..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구순에야 눈을 떴다오 구순에야 눈을 떴다오 까막눈으로 살아온 구십 평생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말 한평생을 살아도 나는 몰랐네 한글을 가르쳐 준다는 봉사자 우습게 여기며 인생살이 말년에 글 배워 뭐하노 저승사자 따라가는데 글 모른다고 못가나 핀잔을 했는데 봉사자 젊은 아낙 억지로 손잡아 끌..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마지막 증언 마지막 증언 가난은 죄가 되지 않는다 무수한 진술을 머릿속에 담아 놓고 한 번도 증언대에 서 본 일 없다 술에 쩐 혀가 문제다 부여케 피어나는 저녁 어스름 골목의 부산함도 사라진 시간 주정뱅이 장 씨네 지붕 위, 흰옷 한 벌은 마지막 증언이다 평생 찌든 가난, 탁탁 털고 미련 없이 이..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
빛바랜 추억 빛바랜 추억 다락방에 유배되어 쓸쓸한 그대 조용히 늙어가는 빛바랜 추억은 은막처럼 적막한데 나는 은빛 머리 쓸어 올리며 회귀선回歸船을 타고 눈을 감는다 그대는 언제나 나의 파라다이스 사각봉투에 뭉클한 허브향 담아 남몰래 봉인하고 뜨거운 노래는 날개를 달고 내 창가로 날.. 빈잔의 자유(詩集)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