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여자 /안행덕
거울 속의 도도한 여자
나를 보고 아는 척한다
빙긋 냉소 같은 미소를 짓다가
화장기 없는 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 눈썹을 그리며
나를 빤히 보고 말을 건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그렇게 오래 살고도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여자야
잘난척하는 낯설기만 한 그녀
한심한 듯 나를 한참 보다가
물보라 색 등꽃 같은 입술로 속삭인다.
네 마음의 빗장을 풀어라
텅 빈 마음의 곳간을 열어라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채우라
내 가슴에 체한 듯 걸려있는 답답증을
거울 속의 여자가 눈치 챈 모양이다
날 위로하던 거울 속 여자가 먼저 눈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