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거울 속의 여자

湖月, 2007. 6. 17. 19:08

 

  거울 속의 여자 /안행덕

 


거울 속의 도도한 여자

나를 보고 아는 척한다

빙긋 냉소 같은 미소를 짓다가

화장기 없는 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 눈썹을 그리며

나를 빤히 보고 말을 건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그렇게 오래 살고도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여자야

잘난척하는 낯설기만 한 그녀

한심한 듯 나를 한참 보다가

물보라 색 등꽃 같은 입술로 속삭인다.

네 마음의 빗장을 풀어라

텅 빈 마음의 곳간을 열어라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채우라


내 가슴에 체한 듯 걸려있는 답답증을

거울 속의 여자가 눈치 챈 모양이다

날 위로하던 거울 속 여자가 먼저 눈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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