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지느러미
이민화
호수 속 풍경을 한 알씩 녹차에 섞어 마신다
언제부터 저렇게 많은 지느러미를 꿰매
색색모빌을 달고 있었을까
높은 곳부터 단풍이 든다고 하지만
내 마음 제일 가까운 잎부터 익어
내게로 헤엄쳐온다
부모 형제 남편 아이
지인들이 내 입술을 타넘어 온다
혀끝을 치며 파고드는 색색지느러미
뼈 감춘 저들의 빨간 웃음소리는
등 굽은 나무그늘을 해설하는 물고기 떼,
호수가 깊어지는 이유를 알았던 거다
잎이 물드는 이유를 알았던 거다
순탄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이
쿨렁쿨렁,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고
약간의 충돌이 일어났으나, 이내
휘어진 내 등을 받쳐줄 의자가 되는구나
꼴깍, 마지막 잎 구르는 소리가 미치도록 곱다
빛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낮은 쪽으로 가라앉는 붉은 입자들
한 줄기 믿음으로 내 심장을 보호할 것이다
안전한 바람을 장착한 세계수처럼
수천 물방울나사로 이 세상을 조율할 것이다
월간 우리시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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