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나무지느러미/ 이민화

湖月, 2009. 7. 2. 09:13

 

나무지느러미

이민화

 

 

호수 속 풍경을 한 알씩 녹차에 섞어 마신다

언제부터 저렇게 많은 지느러미를 꿰매

색색모빌을 달고 있었을까

높은 곳부터 단풍이 든다고 하지만

내 마음 제일 가까운 잎부터 익어

내게로 헤엄쳐온다

부모 형제 남편 아이

지인들이 내 입술을 타넘어 온다

혀끝을 치며 파고드는 색색지느러미

뼈 감춘 저들의 빨간 웃음소리는

등 굽은 나무그늘을 해설하는 물고기 떼,

호수가 깊어지는 이유를 알았던 거다

잎이 물드는 이유를 알았던 거다

순탄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이

쿨렁쿨렁,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고

약간의 충돌이 일어났으나, 이내

휘어진 내 등을 받쳐줄 의자가 되는구나

꼴깍, 마지막 잎 구르는 소리가 미치도록 곱다

빛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낮은 쪽으로 가라앉는 붉은 입자들

한 줄기 믿음으로 내 심장을 보호할 것이다

안전한 바람을 장착한 세계수처럼

수천 물방울나사로 이 세상을 조율할 것이다

 

 

 

월간 우리시 2009년 1월호

'詩의香氣'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뚜껑/ 송찬호  (0) 2009.07.04
빗방울에 대하여/ 나희덕  (0) 2009.07.02
햇살을 씹다 / 유대산  (0) 2009.06.28
풍경, 아카이브 / 전기철  (0) 2009.06.28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 구재기  (0) 200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