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雪 軒) 난설헌에게 / 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 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소절 나를 휘감는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 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 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시집 『꿈꾸는 의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