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난설헌에게

湖月, 2025. 4. 5. 15:44

 

(蘭 雪 軒) 난설헌에게 / 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 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소절 나를 휘감는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 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 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시집 『꿈꾸는 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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