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맹목에 관하여 / 조창환

湖月, 2018. 1. 23. 21:06



맹목에 관하여

 

조창환


둥지에서 딱새 어미체온을 얻은 새끼 뻐꾸기는

눈 뜨자마자 제 곁의 딱새 알을 밀어낸다

 

어린 악마는 본성이 악행이고

눈먼 사랑은 본성이 희생이다

 

애벌레와 지렁이를 물어다주며

어린 악마를 지성으로 돌보는

 

어미 딱새의 맹목의 휴머니즘이

적군을 무장시켜 제 새끼를 죽이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 딱새는 제 몫의 온정에만 기막히게 충실하다

 

이것은 생물학적 이야기가 아니다

천적을 형제라 우기는 어느 눈먼 나라의 이야기다

「시인동네」2017년 9월호

「다층」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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