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 안행덕 검은 고무 튜브에 하반신을 감추고 납작 업들인 채 헤엄을 치는 사내 하반신의 폐허에 도마뱀 꼬리처럼 돋아난 고무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장통을 유영한다. 오물이 질펀한 바닥에 쉼표를 찍고 행간을 치는 사이 퍼렇게 날이 선 시선들이 두려움에 떠는 작은 심장을 인정없이 냉각시킨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인파 뱃고동처럼, 발걸음 소리만 울릴 뿐 등대 같은 적선의 빛은 없어라 진종일 사나운 파도에 지친 시린 눈빛 안쓰럽게 지켜보던 좌판의 노파 끌끌 혀를 차며 지폐 한 장 던진다. 좌초될 듯 흔들리던 고무 지느러미 그제야 두려움 없이 인파를 헤치며 거친 바다를 건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