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항해 / 안행덕

湖月, 2013. 5. 2. 16:04

항해 / 안행덕



검은 고무 튜브에 하반신을 감추고

납작 업들인 채 헤엄을 치는 사내

하반신의 폐허에

도마뱀 꼬리처럼 돋아난

고무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장통을 유영한다.



오물이 질펀한 바닥에

쉼표를 찍고 행간을 치는 사이

퍼렇게 날이 선 시선들이

두려움에 떠는 작은 심장을

인정없이 냉각시킨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인파

뱃고동처럼, 발걸음 소리만 울릴 뿐

등대 같은 적선의 빛은 없어라

  

진종일 사나운 파도에 지친 시린 눈빛

안쓰럽게 지켜보던 좌판의 노파

끌끌 혀를 차며 지폐 한 장 던진다.

좌초될 듯 흔들리던 고무 지느러미

그제야 두려움 없이 인파를 헤치며

거친 바다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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