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정(海月亭)/ 湖月안행덕
외로움에 가슴 먹먹해지면 달빛 따라
해운대 해월정에 올라가 보라
팔각정 난간에 서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고
솔 향 가득한 숲과 청청한 바다는 이야기꽃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더라
세상 풍파에 낡아빠진 정자 난간은
삐거덕거리며 오래전 상처 끄집어내어
누구에게나 꼼꼼히 읽어보라 내어준다
그럴 때마다
바다를 끌고 온 해풍, 내게 말을 건다
내 가슴 파도처럼 출렁거려도
바람의 말과 바다의 말 다 알아듣지 못한다
해와 달이 놀던 자리 해월정은 윤이 나고
바람이 앉았다 간 자리 허전하다
오늘도 청풍은 끝없는 바다의 비릿함을 끌고 와
바다이야기를 적어 팔각정 난간 달빛에
내어 건다
시집 『바람의 그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