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서 나 죽어서/湖月 안행덕 푸른 하늘 마음껏 잡아당기며 바람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고 싶어요. 비 내리는 날이면 철없이 뛰어내리는 부질없는 빗방울 살포시 가슴으로 받아 서러운 그의 마음 안아주고요. 천 년을 몸부림치는 파도 자락 붙잡고 내 마음도 퍼렇게 멍들었노라고 나도 빗물에 ..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1
靑孀寡婦 靑孀寡婦 / 湖月 안행덕 가끔은 하늘을 보고 삿대질도 해 본다 밭두렁에 피어있는 보랏빛 엉겅퀴꽃 보고 초야의 모븐단 이불깃 생각하면 간지러움에 자라목이 되었던 꽃다운 시절 그리면서 언제 터질지 모를 울음보 꽁꽁 언 도랑물 밑에 감추고 호미 끝이 나긋나긋 흙을 일군다 밤하늘 ..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1
초례청 [醮禮廳] 초례청 [醮禮廳] / 안행덕 원삼 족두리 홍의 대례복을 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내 살점 떼어내어 이슬처럼 고이다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바람 앞에 내 놓았다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던 조그만 입 낯선 세상이 부끄러운 듯 꼭 감은 두 눈 너무 작아 밥풀 같은 발가락 정말 숨을 쉴..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1
돌 돌 / 湖月 안행덕 냇물 따라 구르다 멈춘 맨살 하나 말없이 그저 무심한 듯 서있네 켜켜이 쌓인 사연 역사처럼 적어놓은 알몸을 말없이 드러내놓고 그렇게 깨어져도 흘릴 피도 없는 것을 아무도 듣지 못할 소리를 속에서만 지르고 우주를 품고도 빛나는 삶은커녕 은근한 사랑 한번 못해보..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1
도둑놈 가시 / 안행덕 도둑놈 가시 / 안행덕 (도깨비바늘) 험한 숲을 헤쳐 나오니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은 도둑놈 가시 언제 그렇게 감쪽같이 매달렸는지 그냥 털어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집게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떼어내야 한다 숲 속에 숨어 있던 도둑놈 가시 같은 사람 조용한 내 마음에 확 달라붙은 그..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0
나도 기대고 싶다 나도 기대고 싶다 / 안행덕 너는 참 편하겠다 기댈 곳이 있어서 살포시 등 받혀 기대어 서서 조롱조롱 달린 새끼들 재롱에 팽팽한 꿈을 키우는구나 수많은 날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나 고추 모종 지줏대를 세우며 빈 가슴에 휘도는 바람 흔들리는 마음에 나도 지줏대 하나 세워 묶고 싶다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0
옹이 옹이/ 湖月 안행덕 상처를 떠올리던 몸통이 부평 같은 바람을 부른다 순식간에 잘려나간 가지하나 긴 세월 정情 하나 품고 살았다 청상(靑孀)으로 아픈 삶 움켜쥐고 대책 없이 피어나는 발칙한 꽃송이들 여지없이 꺾어버린 그 꽃 대궁 속엔 선혈 같은 옹이가 산다 세월이 잘라낸 상처 마..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0
黃沙(황사) 黃沙(황사) / 湖月안행덕 꽃바람 봄바람 불어오길 기다린다네 해마다 시샘으로 모두의 시야를 가리는 너 물 한 모금 구경 한 적 없어 모질고 사악해진 너 누렇게 부황난 얼굴로 온 세상을 삼키려 하는구나 공해와 이상기후는 날씨만 있는 게 아니 네 선거 때만 되면 개가 되어 물고 뜯고 ..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0
바람은 알까 바람은 알까 / 안행덕 3호선 전철은 신사동을 지나고 있었어 그때 무심한 사람들 사이로 애절한 노래 한가락 절룩거리며 걸어가네 신사 숙녀들의 가슴을 잡고 파고드는 팝송 한 소절 다리에 쥐가 난 무희처럼 흔들며 통로를 가는 그의 발끝은 점자를 읽는 손끝처럼 조심스러웠네 밥 딜런.. 꿈꾸는 의자(詩集) 201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