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도 좋지 / 호월 안행덕
어둠의 그늘에도 생은 있구나.
냉장고 안에 핀 양배추 꽃
처음 웃어보는 미소인 냥
배시시 노란 입술 수줍다
여기서 오래 살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봄바람 유혹에 정 주고 마음 주었나
연둣빛 춘정에 몸살 앓았나
다 시들어 빠진 몸뚱이 어디에
그런 열정 숨었는지
배짱도 좋지.
이미 시들어가는 제 몸
제 그림자를 보고 궁리하다가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
생을 꽉 움켜쥐고 있다
화우(花雨) 호월 안행덕
화려하게 몸단장하고 봄맞이하더니
어느새 봄날이 간다고 안달 났네
천지간에 제일이라 으스대며 거만하더니
세상살이 어느새 시들하더냐
천기누설이라는 모든 비밀 다 폭로해놓고
가슴에 든 꽃물, 묵은 상처 도려내듯
미련 없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꽃잎
서러운 눈물 감추려고
빙그르르 공중제비하듯 흩날리네
꽃잎의 노래 이별의 노래 꽃비 되어 내리네
고 은밀한 속살보다 맨발이 더 어여쁜 꽃잎
봄날이 간다고
서러운 눈물처럼 꽃비 되어 내리네
월간 모던포엠 2015.5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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