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석 추석 /안행덕 내 안에서 피고 지는 그리움들 물거품처럼 스러진 삼백예순날 날마다 대문 열어놓고 귀 열고 산다 추석이라 한가위 다가오니 휘영청 밝은 달빛에 들켜버린 얇은 가슴 그리운 인연(因緣) 줄 저 달빛에 걸어놓으면 내 몸에서 빠져나간 총총한 별들 줄줄이 인연의 줄 따라 내게로 오려나 낡.. 詩 作 2010.09.16
항해 / 안행덕 항해 / 안행덕 검은 고무 튜브에 하반신을 감추고 납작 업들인 채 헤엄을 치는 사내 하반신의 폐허에 도마뱀 꼬리처럼 돋아난 고무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장통을 유영한다. 오물이 질펀한 바닥에 쉼표를 찍고 행간을 치는 사이 퍼렇게 날이 선 시선들이 두려움에 떠는 작은 심장을 인정없이 냉각시킨다.. 詩 作 2010.08.13
숯 불가마 앞에서 숯 불가마 앞에서 /안행덕 뜨겁게 타오르는 숯가마 앞에서 찜질 마니아들 따라 가랑이 벌리고 앉는다 흘러내려 나를 적시는 땀의 *애드립에 빠져 꽃처럼 피어나는 불의 유희 속으로 참나무가 되어 서서히 타들어간다 산속에서 수도승처럼 고요하게 전생(全生)을 하늘만 보고 살아온 정갈한 참나무 천.. 詩 作 2010.07.15
생명 / 안행덕 생명 / 안행덕 윤 산 등산로 갓길 연둣빛 푸르게 익어 가는데 산딸기가 붉다 숲 가꾸기 한다고 우거진 덤불 베어낸 자리 종지처럼 작은 새둥지 조그만 새알 하나 겁먹은 듯 담겨있다 둥지 채 얼른 집어들고 예쁘다 예쁘다 중얼거리며 내려오다가 놀라고 기막힐 어미 생각하니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얼.. 詩 作 2010.06.30
[스크랩] 어름산이 어름산이 / 안행덕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 익살을 떨며 외줄을 타는 묘기에 줄 아래 선 나는 손에 땀이 난다 그의 화려한 손짓 발짓에 넋을 놓고 잦아드는 마음 졸이다가 광대의 여유로운 넉살에 박수를 보내는 늙은 아버지 삼대독자 외아들 손 끊긴다는 부모님 성화에 작은댁을 들인 .. 詩 作 2010.05.23
꽃 진자리 꽃 진자리/ 안행덕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서 화사한 도화 살랑대는 봄바람 유혹에 몸살을 한다 가지 끝에서 파르르 떨며 감추어 둔 열정 들킬까 내숭 떨더니 넉살 좋게 떠돌던 바람에 미쳐 복사꽃 순정 소리 없이 무너지고 고인 情(정) 속없이 다 내주고 서럽다 야윈 꽃잎과 몸을 섞은 바람 앓는 소리만 .. 詩 作 2010.05.04
녹차를 마시면 녹차를 마시면 / 안행덕 연둣빛 푸름이 묻어날 것 같은 산골에 나 혼자여라 산새도 *마실가고 고요해라 늦은 봄 햇살과 마주 앉은 나 시답지 않은 시름일랑 잠시 내려놓고 차를 마시는 지금 푸릇한 *우전 청아하게 녹아 포롬한 찻물에 잠긴 작은 풍경 종달새 둥지처럼 아늑한 찻잔 연초록 향이 나를 달.. 詩 作 201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