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에 서향(瑞香)이 피었다 절간에 서향(瑞香)이 피었다 / 안행덕 범어사 화장실에는 향기가 난다 꽃의 손길이 천 리를 간다는 천리향 법고소리 징검징검 밟고 달려와 통시 깐 몇 미터 앞에 눈을 아래로 깔고 부처님 통시를 지킨다 여기가 바로 극락인가 보다 비밀스런 향 주머니 품 안에 숨겨도 몸살 난 바람처럼 천.. 詩 作 2012.08.24
도둑놈 가시 도둑놈 가시 / 안행덕 (도깨비바늘) 험한 숲을 헤쳐 나오니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은 도둑놈 가시 언제 그렇게 감쪽같이 매달렸는지 그냥 털어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집게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떼어내야 한다 숲 속에 숨어 있던 도둑놈 가시 같은 사람 조용한 내 마음에 확 달라붙은 그.. 詩 作 2012.08.03
구두를 고치며 구두를 고치며 / 안행덕 묵묵히 길의 이력을 읽어주던 낡은 구두가 기우뚱거리며 발꿈치를 잡고 앙앙거린다 이제 지치고 아프다고 하소연을 한다 굽이굽이 걸어온 길이 얼마냐고 따지듯 묻는다 뒤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절룩거린다 몰랐다, 그렇게 아픈 줄 늘 당연한 것처럼 무심.. 詩 作 2012.07.02
우산 우 산 / 안행덕 가버린 첫사랑 등 뒤에 퍼붓고 싶은 얄궂은 심통처럼 정수리 두드리며 무수히 쏟아지는 비 비 오는 사이길 골목 사이로 당신의 우산이 되어 사뿐히 나서는데 빗속을 걸으며 내 손을 꼭 잡고 가시던 당신 허름한 제 몸 적셔 파르르 떨며 싸늘한 설움 차마 내색도 못하고 녹.. 詩 作 2012.05.01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안행덕 얌전히 사분사분 내리는 이슬비 잔설을 녹여내는 정다운 수런거림 온종일 속살거려도 끝이 없는 저 수다 봄 오는 길목마다 꽃들의 시새움은 개나리 진달래꽃 꽃다지 달맞이꽃 간지럼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 배시시 冬安居 풀리면서 몸 비트는 생명력 사그락 사그.. 詩 作 2012.04.02
[스크랩] 江(강) / 안행덕 江(강) / 안행덕 강의 나이를 아시나요. 긴 세월 쉼 없이 깎이고도 참 편안히 흐릅디다 그려 모난 돌에 할퀴고 벼랑에 부딪혀 퍼렇게 멍이 들어도 그 아픔 참을 수 없어 몸을 뒤틀며 그래도 쉼 없이 가야 하는 길 잊혀갈 세월 서러워 잘게 부서지는 푸른 신음이 아프다 오늘도 햇볕.. 詩 作 2011.11.07
구두를 고치며 구두를 고치며 /안행덕 묵묵히 길의 이력을 읽어주던 낡은 구두가 기우뚱거리며 발꿈치를 잡고 앙앙거린다 이제 지치고 아프다고 하소연을 한다 굽이굽이 걸어온 길이 얼마냐고 따지듯 묻는다 뒤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절룩거린다 몰랐다, 그렇게 아픈 줄 늘 당연한 것처럼.. 詩 作 2011.10.27
까마중 까마중 / 안행덕 봄 아지랑이 산등성이 내려오는 날 비밀스러운 꽃잠을 깨우면서 다짐을 했지 병들어 쓸쓸한 사람을 사랑할 거라고 여름날의 자질구레한 고행 종이 비행기에 접어 날리고 가슴에 숨겨둔 비밀은 옹골지게 익어갔지 가지마다 흑진주 빛으로 매달린 열매 어느 보석이 이와 같으리 가을이.. 詩 作 2011.10.21
[스크랩] 걱정 걱정 / 안행덕 벼꽃이 피었습니다 너무 작아 꽃이라 부르기도 안타까운 작은 티같이 아슬아슬하게 장지문 뒤에 서성이는 새아씨처럼 수줍은 볍씨 꽃 배고픈 이들의 밥이 될 꿈을 키운다 봄날 못줄에 줄지어 나란히 서는 날부터 작은 입 꼭 다물고 오지게 여물 날 기다리며 조그만 알갱이 끝 수줍은 *암.. 詩 作 201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