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꽃 칸나꽃 / 안행덕 도도하게 목을 반듯이 세우고 몸을 반쯤 돌릴 듯 우아하게 선 자태 핏빛으로 붉게 피는 건 그냥 핀 게 아니라네 사람들은 미인초美人蕉라 추켜세워도 악마의 손을 뿌리치고 흘린 피血라네 그대 앞에 서면 나는 칸나를 기억하지 칸나꽃 같은 짓붉은 속내 숨기고 나는 왜 .. 詩 作 2013.07.11
땅 끝에 서서 땅 끝에 서서 / 안행덕 끝이라는 것이 가슴 저리게 하는 말이구나 저 멀리 바다 건너 작은 섬들이 너의 눈물처럼 흩어져 애태우며 널 바라만 보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거품 그저 네 발끝만 스칠 뿐 말이 없구나 설움에 겨운 너의 서사시가 망망한 바다에 은빛 파도로 빛나고 갈매기 날개.. 詩 作 2013.05.25
동해부인의 사랑 동해부인(담치)의 사랑 / 안행덕 갯바위 잔등에 차린 곤궁한 살림 보랏빛 커튼을 내리고 물빛을 배경으로 촉수를 열고 단단히 문단속 한다 세월의 굴레에 인정을 촘촘히 누비며 서로가 서로를 꼭꼭 끌어안고 단 한 치의 틈도 주지 않네 시샘 많은 파도와 풍랑도 저들의 사랑 앞에는 그냥 .. 詩 作 2013.05.13
항해 / 안행덕 항해 / 안행덕 검은 고무 튜브에 하반신을 감추고 납작 업들인 채 헤엄을 치는 사내 하반신의 폐허에 도마뱀 꼬리처럼 돋아난 고무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장통을 유영한다. 오물이 질펀한 바닥에 쉼표를 찍고 행간을 치는 사이 퍼렇게 날이 선 시선들이 두려움에 떠는 작은 심장을 인정없.. 詩 作 2013.05.02
고백 고백 / 안행덕 실바람 살짝만 불어도 은사시나무 부끄러운 척 잎을 비튼다 바람이 조금만 아는 척 흔들어 주면 숲은 일제히 일어서서 남몰래 감추었던 숨겨둔 아름다운 은빛 밀어들 연서를 쓰듯 술술 풀어낸다 채워도 채워도 부실한 문장文章 백지 위를 오르락내리락 드나들며 쌓은 이력.. 詩 作 2013.04.07
재가 되기 전에 재가 되기 전에 / 湖月 안행덕 매캐한 연기는 몸통 속의 절망을 알리는 신호인가 활활 타는 불꽃에 던져진 생나무 한 토막 뜨거운 열기에 몸속의 수분을 모두 내 품어 보지만 몇 분도 채 견디지 못하고 불이 붙는다 잎새들의 함성처럼 튀는 저 불꽃들 타닥거릴 뿐 별빛을 닮은 불꽃 하늘 .. 詩 作 2013.02.26
기다리게 해놓고 /안행덕 기다리게 해놓고/ 안행덕 기별만 보내놓고 왜 이리 더디 신지요 싸락눈은 물안개 되어 온몸을 적시 우고 있는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기에 까치발 들고 동구 밖을 서성입니다. 해는 서산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자꾸 들어가라고 손짓합니다. 발길 돌리는데 등 뒤에서 임의 발.. 詩 作 2013.01.08
추석 추석 /안행덕 내 안에서 피고 지는 그리움들 물거품처럼 스러진 삼백예순날 날마다 대문 열어놓고 귀 열고 산다 추석이라 한가위 다가오니 휘영청 밝은 달빛에 들켜버린 얇은 가슴 그리운 인연(因緣) 줄 저 달빛에 걸어놓으면 내 몸에서 빠져나간 총총한 별들 줄줄이 인연의 줄 따라 내게.. 詩 作 2012.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