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 동짓날 밤 / 안행덕 마른 바람이 삭정이를 흔들며 외로운 듯 천천히 지나가는 밤 동지 팥죽에 생의 무딘 이야기 한 술 집어넣고 휘휘 저어본다 그때는 고운 수수 빛깔 술 한 모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지 긴긴날 수없이 길어 올리고 풀어낸 세월이건만 동짓날 밤은 어쩌라고 잠마저.. 詩 作 2018.01.05
새가 된 나뭇잎 새가 된 나뭇잎 / 안행덕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볍게 나는 새를 부러워하다 새가 된 나뭇잎 저무는 노을빛 따라 붉어진 가슴으로 운다 물빛 그리움 찾아 간절한 잎새의 울음은 꿈꾸는 날갯짓으로 야위어간다 날아보라 날아보라 부추기는 바람 따라 가을 털고 새처럼 날아 젖은 땅에 떨어.. 詩 作 2017.09.23
법기 수원지 삼나무 숲에서 법기수원지 삼나무 숲에서/ 안행덕 산과 산 사이 고요한 우물처럼 깊은 못 천연스레 숲 속 이야기 듣고 있다 육중한 몸 안에 숨겨둔 나이테를 허물고 삼천궁녀 드나들 궁궐을 꿈꾸어온 아름드리 편백, 삼나무 빽빽한 법기수원지 울창한 숲에 백 년쯤 묵혀 두었던 전설이 머리를 풀어헤치.. 詩 作 2017.09.16
꽃비 내리는 날 꽃비 내리는 날 / 안행덕 아마 그게 봄날이었나 봐 안민산 벚꽃 길에서 허망한 봄을 만나고 있었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나비처럼 날고 있었어 하르르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데 내 머리에도 어깨에도 슬쩍 스치고 가는 꽃잎 어찌나 가벼운지 살짝 내딛는 내 발걸음에도 휘리릭 날아가 .. 詩 作 2017.08.16
생불을 만나다 생불을 만나다 / 안행덕 화원 한구석 작은 화분에 가부좌 틀고 앉은 소나무 분재盆栽 등신불처럼 머리에 향로 같은 백열등이고 두 손 두 발 묶인 채 온몸에 거룩한 경전을 새기고 있다 사지를 철삿줄로 묶인 채 무아에 든 생불이다 소신공양하듯 두 눈 딱 감고 합장하며 화르르 제 몸 불사.. 詩 作 2017.08.11
우산 우 산 / 안행덕 가버린 첫사랑 등 뒤에 퍼붓고 싶은 얄궂은 심통처럼 정수리 두드리며 무수히 쏟아지는 비 비 오는 사이길 골목 사이로 당신의 우산이 되어 사뿐히 나서는데 빗속을 걸으며 내 손을 꼭 잡고 가시던 당신 허름한 제 몸 적셔 파르르 떨며 싸늘한 설움 차마 내색도 못하고 녹.. 詩 作 2017.08.10
그대에게 꽃 한송이 바치다 / 헌화제 그대에게 꽃 한 송이 바치다 / 안행덕 (현충일, 헌화제) 동백기름 바른 듯 윤나게 잘 꾸며진 UN 묘지 유월의 정원은 고요하다 청동 묘비 아래 잠든 벽안(碧眼)의 젊은 그대 반세기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약관이리 낯선 아침의 나라에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 총탄과 포화 속을 종횡무진 달리.. 詩 作 2017.06.05
오월이 오니 오월이 오니 / 안행덕 추억이 그리운 산길 모퉁이 보리밭 푸름이 청자 빛 하늘과 어우러져 그 푸름이 내 청춘 같아라 아카시아 숲길 따라 걸으면 칡넝쿨 순이 벌어 손짓하던 그곳에 나비 날더니 내 젊은 날, 물큰 스치고 그때의 종달새 지저귐처럼 단발머리 통치마 계집아이들 까르르 웃.. 詩 作 2017.05.09
상족암에서 상족암에서서 湖月 안행덕 억만년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저 발자국 억 억 소리 지르며 울던 큰 몸집 화석의 발자국으로 살아있네 흐르는 물결 따라 바람처럼 사라질 만도 하지만 온 천지가 제 것이었던 그날이 영영 잊을 수 없어 쓸리는 파도도 부는 바람도 차마 거대한 그 발자국 들어내.. 詩 作 2017.04.16
꽃비 내리는 날 꽃비 내리는 날 / 안행덕 아마 그게 봄날이었나 봐 안민산 벚꽃 길에서 허망한 봄을 만나고 있었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나비처럼 날고 있었어 하르르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데 내 머리에도 어깨에도 슬쩍 스치고 가는 꽃잎 어찌나 가벼운지 살짝 내딛는 내 발걸음에도 휘리릭 날아가 .. 詩 作 2017.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