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갈증 / 안행덕 침묵의 흐름은 마른 가슴을 짓누르고 손끝의 맥박은 가늘어지는데 수술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지난날들이 파노라마로 흐르고 흐르는 꽃잎은 무겁게 내려앉는다 꿈인 듯 눈감으면 아득한 항로 思 念의 불꽃은 전신에 전류처럼 역류하고 조바심은 독버섯의 미소처럼 번지는.. 詩 作 2016.11.25
가을 편지 가을 편지 / 안행덕 ​ 바람 불어 가을이 깊어지면 마음이 궁벽한 날 너에게 편지를 쓴다 흔들리며 떨어지는 가을 낙엽 우표 대신 붙여 가슴에 핀 사랑꽃 담아 띄워 보내면 보이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흔들리는 낙엽은 우표가 되어 나에게 그대 소식 전해 오겠지 그리움 가득 담아서 詩 作 2016.09.24
조개무덤 조개무덤 / 안행덕 주인을 잃어버린 빈집 누가 이렇게 무덤처럼 쌓아 놓았나 산처럼 모여 있어도 외로운가 가슴 열어 놓고 먼 산 바라기를 하네 세상에 뼈를 깎아 세운 아름다운 집 이렇게 고운 집에는 누가 살았을까 어느 누가 보쌈을 해갔는지 흔적도 없네 대문도 없는 빈집에 죽은 조.. 詩 作 2016.09.05
축시 / 깁병환(시조) -안행덕 제5시집 ‘바람의 그림자’를 축하하며- 김병환 사람과 사람사이 인연이 다르더라 가상의 공간에서 취향의 소통으로 눈에 띈 시의 열정에 흠뻑 빠진 그 분이 관심의 공간에는 공감이 차곡차곡 전번이 교환되고 작품집이 옮겨졌다 어울림 끌림의 조화 모락모락 올랐어. 아직은 대.. 詩 作 2016.06.27
나비의 꿈을 꾸는 조가비 나비의 꿈을 꾸는 조가비/ 안행덕 누가 만든 무덤인가 바닷가 한 모퉁이 소복한 조개 무덤 속 빈 조개들 쓸쓸히 모여앉아 갯벌에서의 추억담을 나누고 있는가 상처 난 갯벌을 어루만지듯 징검징검 걸어온 바람 죽은 조개 무덤에 앉는다 어젯밤 바다이야기를 들려주려는지 슬쩍슬쩍 빈 조.. 詩 作 2016.05.08
벚꽃이 지네 벚꽃이 지네 / 안행덕 꽃구름 속에서 꽃잎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裸 女의 몸짓으로 바람을 가른다. 수만 마리 나비 떼 춤추며 벚나무 아래로 내려앉는다 겨우내 줄기 속에 감추었던 가슴앓이 진액 같은 하얀 슬픔을, 연정으로 드러낸 지 겨우 며칠 그렇게 한꺼번에 토하고 허전해서 어쩌.. 詩 作 2016.04.07
봄을 깨우러 가자 봄을 깨우러 가자 안행덕 그늘진 묵정밭 산 둔덕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 잔설이 희끗희끗한데 깜작깜작 뱁새가 깨금발을 딛는다. 아직은 발이 시리다 실개천에 실버들이 살얼음 새로 살그머니 여린 손을 내밀어 본다 깜짝 놀라 내민 손 호호 분다 얼음주머니를 달고 사는 그대에게 안개.. 詩 作 2016.02.27
꽃이 되련다 꽃이 되련다 / 안행덕 밤새 꽁꽁 언 바람이 긴 밤, 잠 못 들고 한숨으로 궁리하더니 창틀에 매달려 화공을 꿈꾸었나 유리창이 온통 성에꽃이다 투명한 유리창의 환한 불빛 한밤을 움찔움찔 기웃거리다가 사각사각 환하게 얼었구나 애타게 창밖을 응시한 내 시선이 북풍한설과 눈이 맞아 .. 詩 作 2016.01.20
무화과 무화과 / 안행덕 평생 꽃 한번 피울 수 없다는 것이 너를 잠 못 들게 하였겠지 숨이 멎을 것 같은 너절한 심사는 밤마다 외도를 꿈꾸게 하고 살을 베인 것 같은 아린 상처로 스치는 바람에도 숨어 울었을테지 순한 네 성정은 날마다 꽃 피우지 않고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오기로 고독의 .. 詩 作 201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