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를 끓이며 대추차를 끓이며 / 안행덕 끝없이 밀려오는 시름을 달래려 찻물을 올려놓고 마른 대추 몇 개 넣고 기다린다 무엇이 그리 분하고 억울한지 찡그린 얼굴로 웅크린 채 물에 뜬다 뜨거운 열기에 물살이 뒤척일 때마다 달아오르는 신열을 참지 못해 방방 뛰며 억울해 못 참겠다는 듯 몸부림치.. 詩 作 2015.07.15
산딸기 산딸기 / 안행덕 ​ 봄이 오면 야트막한 뒷산 중턱은 아찔한 향내로 날 불러내고 거기, 내 어린 기억들이 달콤하다네 두렵고 설레던 첫 이슬처럼 수줍게 피어나던 하얀 꽃잎 꽃진 자리마다 곱디고운 산딸기 유두처럼 자라고 청춘의 설렘은 붉게 더 붉게 익어갔지 이파리 뒤에 수줍은 .. 詩 作 2015.07.02
반닫이 반닫이 / 안행덕 오랜만에 들른 친정집 건넌방 굳이 지난날 말하지 않아도 오래된 반닫이에서 양반가家 규범이 흘러나온다 보상화형에 제비초리 모양의 경첩 간결하고 절제된 선이 단아해서 친근하다 언뜻 투박한 겉모양 퉁명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검은 무쇠 경첩 사이마다 나뭇결 사.. 詩 作 2015.06.15
콩나물 콩나물 / 안행덕 ​ ​ 정갈한 제사음식으로 콩나물 다듬는데 떼어낸 발들이 그 껍질과 어울려​ ​자꾸만 물음표를 던지며 4분음표를 그리고 쉼표를 찍는다 ​ 물만 먹고 자랐으니 심성이 착하디착하다 떼어낸 잔발들 서럽다 말하지 않고 깨끗한 음률을 만드는데 가볍지.. 詩 作 2015.05.31
가을날에는 / 안행덕 가을날에는 / 안행덕 멀어진 하늘이 야속해서 낙엽 쌓인 그 길 혼자서 걷고 싶어라 마들가리 외로운 가을 길 장난스럽게 구르던 낙엽이 빈 벤치에 앉아 내게 손짓을 하네 ​ 벌써 또 가을이 지고 있구나 무성하던 잎새는 어느새 가을 따라갈 채비를 하네 ​ 멀어진 하늘이 섭섭해서 .. 詩 作 2014.11.12
꽃잎은 왜 피고 지는지 / 안행덕 꽃잎은 왜 피고 지는지 / 안행덕 -(성철스님 다비식 茶毘式 ) 형형색색, 만장도 꽃상여도 없는 행렬이다 삼씨기름의 향기가 은은한 숲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숨죽인 채 예를 다하여 합장한다 통나무와 통나무 정교하게 쌓아 놓은 정갈하고 엄숙한 다비 식장 茶毘 式場 떨어진 꽃잎의 짧은 .. 詩 作 2014.09.22
산소같은 사람아 산소 같은 사람아 / 안행덕 별 하나 수억 광년을 달려 내게로 왔다 말하지 않았어도 약속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만나고 술잔을 부딪치고 비명을 토해내고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별이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의 우여곡절에도 당신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가끔은 .. 詩 作 2014.06.23